이 전시는 한국의 전통도자를 현대적으로 계승하고자 노력하는 젊은 도예가 12인의 공동프로젝트이다.

함께 한 이강효, 정재효, 이동식, 이은범, 김규태, 허상욱, 박성욱, 김진규, 김경남, 이정용, 한정용은

저마다 자기만의 영역과 방식으로 청자와 분청, 백자, 옹기와 같은 전통도자기의 원료와 기법, 형식을 탐구하면서

한국도자의 전통이라는 구심점으로 자연스럽게 모여 작업을 교류하고 공감대를 형성해 왔다.

 

우리나라 도예가로서, 한국도자의 아름다운 전통을 이어가기 위한 방법을

깊이 고민하는 그들에게 항상 떠나지 않는 과제는 무엇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의 문제였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그 문제의 핵심에 자리잡은 화두는

바로, 법고(法古: 옛 것에 근본을 두는 것)와 창신(創新: 새것을 창조하는 것)이 되었다.

 

연암 박지원( , 1737 – 1805)선생은 박제가(朴齊家)의 초정집(楚亭集) 서문에서

법고와 창신을 올바른(문장의) 창작이란 옛 것을 모방하면서도 변동할 줄 알고 새 것을 창신하면서도

고아(古雅)해야 하는 상호 보익의 관계로 이룩되는 것이라고 설명하였다.

고전의 모방을 통해서 시공(時空)을 일체화 시키는 한편 시대상의 변화에 맞추어

지혜롭게 변용을 꾀하고자 했던 이와 같은 자세야 말고

오늘날 우리 전통도자에서 요구되는 도통계승과 창작정신을 획득하는데 있어 기본이 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사실, ‘법고창신 展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 2009년 경기도자박물관에서 열린

법고창신-도예가 15인의 우리그릇 배우기 프로젝트에서 처음 시작되었다.

당시에는 선조들의 대표적인 도자유물을 모델로 모방하되 그 안에 담긴 조형과 비례,

혹은 유태가 지닌 특유 질감을 이끌어내는 작업을 통해서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자 했었다.

이 때의 법고창신은 이른바 전이모사(轉移模寫)의 모방전신에서 출발하여 조심스럽게, 단계적으로 재창조해가는 과정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서 법고와 창신은 또 다른 의미로 해석되었다.

여기서 지키고자 한 근본 즉, 법고는 전통적인 도자원료와 기법이며 새 것 즉, 창신은 한국적인 자연미의 재발견이다.

창신의 근원이 이른바 모방에 있다면 이번 작업에서 시도된 모방은 예전처럼 법고에서 출발한 것이 아닌  

한반도의 자연에서 출발한 미메시스(Mimesis)적 모방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한국인이 삶 속에서 지각하는 구체적인 사물들에 내재된 원류적 자연미를 재현하고

나아가 작가의 경험으로 재조직하여 현대적으로 창신하고자 한 것이다.

 

자연이 변화하듯이 이와 교감하고 있는 전통 역시 끊임없이 변화한다.

고려, 조선시대 공예품으로서 우리 도자기가 자연을 담아내는 방식이

아이코놀로지 (Iconology: 상징과 감정이입의 체계로서 미술의 해석학)’적이었다면,

오늘날 우리 도자가 담아낼 자연은 반드시 이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예컨대, 오늘날 우리에게 자연은 21세기 화두로 꼽히는

에콜로지(Ecology: 인간과 자연의 상호관계 속에서 바라보는 생태학, 사회운동)’ 적인 시각에서도 조망될 수 있다.

 

흔히, 한국도자의 미는 바탕을 숨기지 않은 순수함에 약간의 파격을 준 자연과 호흡하는 아름다움이라고 말한다.

이 자연스러움을 전통 속에서 창신하되 자연을 바라보는 눈은 의도적으로라도 전통을 벗어나고자 했다.

지극히 현대인의 시선이기를 원했다. 그들이 만든 그릇은 오늘날 우리가 만들고 쓰며 즐기는 현대도자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들은 저마다의 개성과 관점으로 우리의 주변을 관찰하고

현대의 풍경을 이루는 다양한 생명과 산천, 구조물들을 도자기의 질감과

색상, 형태와 문양들의 다양한 미적 요소로 치환시켜 그 노력의 결실을 풀어 놓았다.

청자, 분청, 백자 등 전통도자에 숨겨진 역량을 극대화하면서

새롭고 신선한 조형을 상상하고 구현하는 행복한 작업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색깔이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스팩트럼으로서

선조들이 일구어낸 유산과 같으면서도 다른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되기를 바란다.

 

-장기훈(경기도자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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